상하이와 홍콩은 경쟁관계이자 상보적 관계다. 홍콩과 상하이 도시 자체는 중국 관문으로서의 권좌를 놓고 다투는 경쟁관계이지만 베이징의 관점에서 볼 때, 양 도시의 경쟁은 중국의 번성을 가져오는 성장의 원동력이다. 베이징은 세계경제 패권이라는 목표를 위해 상하이와 홍콩이라는 쌍칼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서기 전까지 홍콩은 중국의 유일한 관문이었다. 따라서 사실상 중국의 경제수도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개혁개방이 무르익고 상하이가 집중 개발되면서 이제는 상하이에 추월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 경제의 패권은 홍콩을 중심으로 한 광둥지역에서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저장성 지역으로 이미 넘어갔다. 저장지역이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은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상하이는 이미 1800년대에 동아시아의 금융과 상업, 물류 중심지로 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바탕 위에 장쩌민, 주룽지 등 이른바 상하이방들이 20여 년 전부터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 아래 상하이를 집중 개발했다. 상하이의 장점은 특정 부문이 강세를 띄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 도시라는 점이다. 즉 금융은 물론 하이테크산업, 물류시스템, 관광,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서 허브로서 뻗어나갈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예컨대 물류의 경우 황푸강 연안의 신국제항구는 연간 1500만 TEU의 화물 처리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홍콩의 2.5배다. 중국은 또 2004~2007년까지 3년 동안 상하이 5개 관광특구 건설에 470억 위안(6조6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를 통해 홍콩,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아태 지역의 관광 및 쇼핑 명소가 되겠다는 목표다. 금융허브 전략도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2002년 제1차 금융공작회의에서 향후 20년 내에 상하이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착실히 실행하고 있다.
상하이의 교육 인프라의 확충도 눈여겨볼 만하다. 뉴욕, 런던 등 주요 허브들이 콜롬비아대, 뉴욕대, LSE(런던정경대), LBS(런던비즈니스스쿨) 등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면 허브에서 교육기관이 갖는 중요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허브는 돈과 함께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하이 시정부는 1994년 EU정부와 총 4100만 유로를 공동출자해 경영대학원 CEIBS를 세웠다. 이 학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2005년 세계 100대 MBA 스쿨' 랭킹 22위에 오르며 아시아 최고의 MBA로 부상했다. 홍콩은 공산당이 1949년 대륙을 해방한 이후 중국의 창(窓)으로서 오랫동안 동남아의 물류 및 금융허브 역할을 해 왔지만 1997년 홍콩의 중국반환과 함께 활력을 잃고 있다. 특히 인근 광저우시 등지에 대규모 물류 인프라가 건설되면서 물류허브로서의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 그러나 금융 분야에서는 아직도 지존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의 월스트리트라 할 수 있는 센트럴 지역에는 74개 외국계 은행이 진출해 있다. 상하이는 62개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8610억달러로 상하이 4200억 달러의 두 배다. 홍콩은 이뿐 아니라 선물, 파생상품거래 등 첨단 금융기법이 상하이보다 10년은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영어가 공용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상하이를 일방적으로 키우기보다는 홍콩과 상호 보완적인 차원에서 두 곳의 경쟁력을 각각 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기능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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