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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4대 문명발상지 중 한 곳이다. 그 역사적 명성에 걸맞게 온 국토는 유물과 유적으로 가득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만 만리장성, 쯔진청(紫禁城), 둔황(敦煌)동굴 등 31곳에 이른다.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이 세계 최대 문화유산국가로 부상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지난해에도 수(隋)나라(581~618) 최대 무덤이 발굴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문화유산들이 끊임없이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에서 "26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던 유산 하나가 새해 들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며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토지경작 면적에 따라 일률적으로 부과하던 농업세금이다. 중국에서 개인 토지소유를 공식 인정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2600년 전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기원전 594년 춘추시대 노나라 때 일이다. 중국도 처음에는 원시 씨족공동체였다. 그러다가 주(주)나라에 이르러 정전제로 탈바꿈했다. 국가소유 토지를 각각 정(정)자 형태로 9등분한 뒤 8가구가 중앙에 있는 공전(공전)을 공동경작해서 수확물을 바치는 제도였다. 농민에게는경작권만 주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정약용 이 토지개혁을 주장하면서 이상적인 모델로 내세웠던 것이 바로 이 정전제였다. 토지사유에 따른 폐해가 없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귀족계급에 의한 토지수탈이 확산되자 노나라는 결국 토지사유를 인정하게 된다. 공전과 사전 구분없이 국가가 농민들에게 직접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세금징수 역사는 곧 농민의 피와 땀, 저항의 역사로 바뀌어갔다. 중국에서 전국 규모 농민반란이 처음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350년 뒤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죽은 바로 다음해인 기원전 209년 진승과 오광이 농민반란을 주도한 것이다. 아방궁과 만리장성을 건설하며 세금을 20배까지 끌어올린데 대한 반작용이었다. 진(秦)나라 뒤를 이은 한(漢)나라는 이러한 진시황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특히 한나라 문제와 경제는 농민들에게 조세부담을 대폭 경감해 '문경지치'라불리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중원 백성들이 자신들을 일컬어 최초 통일국가인진나라 진인(秦人)이라 부르지 않고 한인(漢人) 한족(漢族)이라 일컫는 것도바로 이 '문경지치'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는 기록도 전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출범 직후 토지개혁과 함께 토지사유제를 국유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농업세는 '인민정부'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국유제와 사유제를 오가는 역사의 소용돌이, 그 숱한 농민반란 역사에도 흔들림 없던 농업세가 올해 1월 1일 2600년 만에 사라졌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2004년 초 "앞으로 5년 안에 농업세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 비교해도 계획보다 3년 앞당겨 폐지됐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서둘러' 농업세를 폐지한 까닭은 무엇일까. 중국 세수에서 농업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대 약 50%에서 지난해에는 5%로 줄었다. 많은 지방정부가 농업세를 경감하거나 폐지한 원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됐기 때문이다. 모두 8억명에 이르는 중국 농민 평균소득은 지난해 6%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예년보다 높은 증가율이어서 고무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연간 소득은 40만원 안팎(3250위안)으로 전 국민 평균소득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할 자유마저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도시 부유층들은 세계 정상급 소비를 즐기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에살고 있다. 상속세도 한푼 없다. 앞으로 상속세가 생겨날 것에 대비해 앞다퉈자산을 물려주느라 '와와(娃娃)업주(갓난아기 재산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정도다. 중국 최초로 농민반란을 일으킨 진승은 "왕후장상(王侯將相) 씨가 따로 있나"라는 외침으로 후세 사람들이 두고두고 인용할 화두를 제공했다. 지금 중국은 "도시 자본가 씨가 따로 있나"라고 부르짖을지 모르는 그 누군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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