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책적으로 사실상의 달러약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물론 시장기능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스탠스의 전환에 관해서는 간접적이고 시사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멧세지를 띄우고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정책적 선택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비치는 자세이다.
이라크 전쟁의 종전 후, 경제문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부시 행정부는 명백히, ‘04년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경제정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재선을 향한 부시 정권으로서는 ‘경기회복’이야말로 至上의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일환이, 미국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염두에 둔 달러약세를 지지하는 자세이다.
정책적 달러약세는 또한, 지난 4월 이후 명시적으로 디플레이션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美연방은행에 의한 ‘디플레 예방책’으로서의 의의도 중요하다. 강한 달러의 포기는 그러나, 미국경제에 대해서는 거액의 경상적자를 메꾸기 어렵게 한다는 중대한 코스트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미국경제의 회복을 겨냥하겠다는 이러한 정책자세의 전환이, 그 주요 파트너인 유로나 일본경제는 물론, 중국을 제외한 東아시아의 주요 경제들과도 利害를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이다.
1. 플라자合意 때와는 다른 환경 정책적 달러약세로서는 ‘85년9월의 ‘플라자 합의’와 그 이후의 추세적 달러약세가 기억에 선명하다. 당시의 합의에 의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80년대 후반의 ‘엔강세’(당시, 엔다카라는 일본어가 국제적으로 유행했을 정도이다) 이다. 합의 당시 엔은 1달러에 대해 약235엔이었으나 불과 1년반 후인 루우브르 합의 때까지 강세를 지속하여 `87년2월에 140엔대로 상승한 바 있다. 이 같은 급속한 엔강세는, 결국 다른 요인들과 맞물려, 일본경제에 커다란 버블형성을 조장하여, 결국 ‘90년대의 일본경제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중요한 것은 그런데, 당시의 일본은, 그와 같은 엔강세가 예견되는 플라자 ‘합의’의 주된 당사자였다는 점이다. 즉, 일본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의 국제경제 분위기 속에서, 플라자 합의’는 일본엔의 강세화가 타겟이기도 했으며, 일본은 그것을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우선, 금번의 달러약세는 유로에 대해 두드러지고 있는데, 정작 유로경제는 결코 유로의 강세를 용인할 만큼 견실한 상황이 아니다. 일본경제 또한, 前代未聞의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입장에서, 그 탈피를 위해 오히려 엔약세가 절실한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저 통화는 아니지만, 미국과의 주된 교역 파트너들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입장에서도, 결코 자국 통화의 강세를 환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메이저 통화인 유로나 엔, 그리고 주요 마이너 통화들까지, 달러약세로 인한 자국통화의 강세를 지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경제만의 회복을 염두에 둔, 공공연한 달러강세의 포기와 그에 따른 달러의 급락은, 국제 외환시장의 상당한 교란과 더불어, 일종의 근린 궁핍화(beggar-thy-neighbor)적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비록 세계경제에 있어서의 미국의 견인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긍정적일 수 있으나, 그것이 유로나 일본 등의 경기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미국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어쨌든, 달러약세를 환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유로나 일본 등은 어떻게든, 있을 수 있는 달러의 급락 내지는 장기하락에 저항하는 조치를 취하려 들 것이며, 이로 인한 시세의 불안정한 급등락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2. 수혜자는 중국경제 이러한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위앤화이다. `94년 이후 1달러당 8.28위앤으로 사실상 달러 페그제가 유지되고 있는 위앤화는, 금년 들어서 달러의 하락만큼 각국 통화에 대해 그 가치가 절하됐다. 중국은 이미 지난 수년 동안, 일본 등에 의해 디플레이션 수출국으로 비난 받아 오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달러약세라 해도, 적어도 중국산 소비재의 수입가격에는 변동이 없는 셈이다.일본이나 한국 등의 입장에서는, 달러약세에 연동한 위앤화 약세로 중국산의 수입물가는 더욱 저렴해지게 되는 것이다. 환율문제는 따라서, 자연스럽게 무역마찰로도 비화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상응하는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중국은, 작년 이래 위앤화 절상압력에 직면하는 가운데 금번 달러약세로 그 압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이나, 수출지향적 고도성장을 강력히 드라이브하는 자세이므로, 위앤화의 절상으로 연결되는 정책적 조치에 매우 소극적일 것이다. 달러약세가 장기화되면, 달러 표시 금융자산의 투자매력이 감소하면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감소할 수 있다. 더욱이, 경기부양과 디플레 저지라는 역시 같은 목적의 정책수단으로서, 추가적인 금리인하 등 초저금리가 지속되면, 이는 추가적 달러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둔화시켜 경상적자의 파이낸스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급속한 달러약세가 진전되기도 어려운 상황이거니와, 그것이 미국경제에 반드시 得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여기에 미국의 딜레마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쌍둥이 적자를 배경으로 한 ‘80년대 전반 미국경제의 곤경은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단 타개됐지만, 그 때와 비슷한 쌍둥이 적자라 해도 이번에는 당시와 같은 국제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당면한 달러약세의 혜택은 오히려 중국경제에 더 크게 돌아 갈 수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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