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경제진단> 글로벌 악재..전문가들의 평가는 [2007-10-24]
경제전문가들은 24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유가 급등으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변동성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민감해진 상황에서 미국 경제 둔화, 중국의 긴축 가능성, 유가.원자재가격 급등, 달러화 약세 등으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리적 불안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세계 경기의 위축으로 수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시장은 실제 위험의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또 유가, 환율 등에 대한 한국 경제의 내성이 강화된 만큼 중장기적인 경기 상승세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은행 김재천 조사국장 =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물가 뿐 아니라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업과 우리 경제가 잘 소화해 내고 있어 리스크 요인이기는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최근 유가가 오르는 것은 터키, 이라크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것으로 언제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유가도 안정될 것이다.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완만하게 절상(원화가치 상승)되겠지만 기업의 수출, 수익성을 봤을 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국내 주가 역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큰 폭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2,000포인트를 넘는 등 출렁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 여건을 감안할 때 상당히 잘 버티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 단기적인 움직임만 보고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 고려대 이필상 교수 =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불안감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유가 급등은 기본적으로 달러화 약세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통으로 파급을 미치는 변수다.
유가가 국내 경제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적은 지식산업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과거보다 내성이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유가 상승과 관련해 심리적인 불안 요인도 적지 않은 만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국내 증시가 불안한 것도 600조원 정도인 과잉유동성이 산업자금으로 흐르지 않고 부동자금으로 형성된데 따른 것이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에 동조하는 수준을 넘어 더 큰 변동성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국내의 자생적인 구조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 = 미국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저물가.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대로 미국의 소비는 과잉됐고 주택경기도 과열됐었다. 이런 흐름이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당연하다. 관전 포인트는 미국.유럽의 성장 둔화가 개발도상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이다.
선진국이 자체 소비를 줄이고 개도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경우 개도국의 수출은 둔화되겠지만 내수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수출 엔진이 꺼지더라도 경착륙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향후 금융.실물 시장의 방향성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개도국으로 얼마나 전이될지 여부, 그리고 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실물경제로 파급을 예단할 단계는 아니다.
◇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 = 결국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이다. 세계 금융시장, 외환시장, 원자재시장의 혼란은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만기인 내년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 문제가 잘 진화되지 않으면 미국 주택경기가 꺾이고 세계 경제의 성장률도 떨어질 수 있다.
결국 미국이 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달러 약세를 심화시키고 국제 원자재 시장 불안을 유발할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금융시장 불안이 원자재시장 혼란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실물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금융시장 혼란이 실물시장으로 전이됐다고 볼 수는 없다. 내년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도 시기상조이며 분초 단위의 움직임 때문에 중장기에 대한 시각이 흔들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 = 내수는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수출만 잘되고 있어 환율 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해진 상황이다. '수출 외끌이' 상황으로 4년째 왔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동이 급격히 일어나고 자산가격이 몇 달 새 반 토막 나는 것이 아닌 이상 현 상황을 위기로 표현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시각이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압력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환율이 반등하기는 힘들 것이다.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내년까지는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 = 과거 분석으로는 석유사용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등의 유가상승 상쇄요건들이 있어 유가상승 부작용이 크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 최근 유가상승은 중동지역의 정세불안과 달러화 약세 등 외생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생긴 문제다. 유가가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 '오일 쇼크' 정도로 급등하면 문제가 되지만 현 상황에서는 오일 쇼크로 볼 수준이 아니다. `패닉' 상태에 빠져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은 과민반응으로 보인다.
◇ 외환은행 박희철 경제연구팀장 = 초저금리로 인한 국제적인 과잉유동성이 실물자산과 부동산에 쏠렸다가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부동자금의 흐름이 너무나 빨라졌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여파가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점이고, 전 세계 금융자산이 대부분 달러화 표시이기 때문에 미국의 신용위기와 맞물려 조정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대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수 회복과 소비심리 호조로 당분간 외부의 악재를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유가의 경우 최근의 수급불안, 특히 중동에서 감도는 전운으로 공급불안이 지속되고 겨울철 난방수요와 원유 재고가 부족하게 되면 가파르게 치솟을 수도 있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일부분으로 주식시장의 출렁임이 한국경제 전체를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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