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미국이 아니고 중국 [2005-03-07]
미국이 세계경제를 이끈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경제성장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자리를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인구 13억의 중국은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을 시작한 지 불과 20년만에 규모와 속도면에서 세계경제의 맹주 미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 중국 25%, 미국 20%. 미국이 세계경제의 맹주이자 최대 성장엔진임을 증명하는 근거로 1995~2002년 기간동안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3/2를 차지했다는 통계자료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는 엄밀한 의미에서 최근의 세계경제 판도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 환율을 토대로 작성됐기 것이기 때문이다. 즉 2001년까지 장기간 지속된 달러화의 초강세로 인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보유지분'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따를 경우 올해 세계경제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곳은 유럽이라는 이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실제 경제상황은 미국보다 훨씬 열악하지만 유로화의 강세로 인해 그렇게 된다.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국가간의 보다 정확한 경제 비교를 위해서는 각국의 통화가치를 시장 환율보다 정확하게 산정한 구매력평가(PPP)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경제조사기관인 뱅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에 각국의 경제 비중을 따질 경우 미국이 1995~2002년 사이 세계경제 성장에서 차지한 실제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25%로 미국을 크게 능가한다. 다음으로는 아시아 신흥시장국들이 18%를, 유럽연합(EU)는 14%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 최근호(13일자)는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 성장의 양대 축으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영향력 면에서 오히려 미국을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은 1995년 이후 수입 성장 속도가 미국의 2배를 기록, 미국에 이어 제2의 소비시장 역할을 해왔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계속된 지난 12개월동안은 40%나 성장, 불과 2% 성장하는데 그친 미국을 압도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 3분기 9% 성장을 기록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크게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실제는 11~12%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월 산업생산은 늘어났으며 특히 자동차와 가전제품 생산은 50% 이상 급성장했다.
◈ 경기과열 우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경제의 과열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현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가 도래하기 직전 동아시아 국가들의 재판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으로 향하는 외국 기업들과 금융사들이 날마다 늘고 무수한 경제 세미나들이 쉴 새 없이 열리는 최근의 상황으로 볼 때 중국 경제가 뜨겁게 가열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한 지 1년만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국에 등극한 중국은 올해도 외국인 투자가 지난해보다 32% 급증한 상태다. 특히 자동차와 건설, 부동산 시장은 과잉투자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통상 과도한 설비투자는 기업 이익을 갉아먹게 되고 결국 투자거품은 파열하게 된다. 미국 경제가 1990년대 10년 장기호황 뒤 침체의 골이 어느때보다 깊은 데서 보듯 모든 경제 호황은 때가 되면 반드시 식기 마련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 경기과열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들이 많은 편이다. 문제는 거품의 파열 시기다.
◈ 붕괴는 없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열기도 언젠가 식게 되겠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중국 정부의 과열방지 노력이다. 중국 경제 당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같은 직접적인 방법은 아닐지라도 중앙은행을 통한 지속적인 채권 매입으로 불어난 통화량을 흡수하는 등 완급을 조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월 도입한 부동산 대출 규제와 9월의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는 경상수지 흑자다. 경상수지 흑자는 중국 경제가 6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인플레이션율(1.8%)과 일부 도시들에서의 주택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수가 과잉 상태에 있지는 않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의 '아시아의 용'들과 명백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주택가격과 주가 급등 이외에도 막대한 경상적자와 대외 부채에 시달렸었다. 중국 증시는 올들어 3% 가량 하락한 상태다. 나스닥 지수는 47% 올랐다. 세째는 중국 경제는 특히 투자 붐의 경우 여러모로 실제보다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CLSA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짐 워커는 중국 정부 통계는 신뢰성에 있어 악명이 높다고 단언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투자는 지난해 GDP의 40%에 이르렀으며 올해는 47%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속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커는 그러나 중국의 실제 투자는 통계치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에 여전히 추가 성장이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단적인 예는 국내저축과 투자간의 비교다. 일반적으로 저축과 투자간의 차이는 경상수지와 일치하게 된다. 워커에 따르면 중국의 통화공급량과 자본 데이터로부터 산출된 지난해 중국 저축은 GDP의 30% 수준으로 투자 규모(GDP 40%)와 비교할 경우 10%의 경상적자가 나야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저축이 투자를 초과할 경우 발생하는 경상흑자를 기록했다. 폭은 GDP의 2.8%였다. 저축과 경상흑자 산출이 정확하다고 가정할 경우 역으로 중국 투자는 아직 GDP의 27%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문제는 딴곳에.. 모간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는 중국 경제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나 경기과열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비효율적인 자본배분 구조을 유지하고 있는 금융시스템으로 보고, 경제성장과 함께 은행 부실화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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