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묻지마 중국 투자' 주의보 [2007-03-08]
차이나 리스크와 중국발 쇼크. 요즘 신문, 특히 아시아 증시 상황에 대한 기사에서 많이 보는 용어들이다. 중국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외국 기업들은 중국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이 언제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지에 대한 예측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3월 5일 개막된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5차 대회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정부 공작보고를 통해 발표한 내용들은 중국의 정책 방향을 보여 주는 좋은 지표다. 그중에서도 ▶2007년 경제성장 목표를 8%로 하향 조정 ▶농업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에너지 소비 절약과 친환경산업 육성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국내 소비 진작 ▶기업소득세법 도입 ▶물권법 채택 등이 주목할 내용들이다.이러한 정책들에는 경제구조 조정과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올 가을 개최되는 17차 당대회에서 지도부의 원만한 권력 승계를 위해 국내외 안정이 필요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경제성장 목표 하향 조정은 경기 과열을 막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농업의 현대화와 소득격차 해소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농업 현대화를 위해 전년에 비해 520억 위안 증가한 3917억 위안이 투자될 예정이며, 소득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치도 계속될 것이다.이 같은 조치 외에 미국.유럽연합(EU) 등과 무역마찰을 줄이기 위해 수입을 늘리고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펼 예정이어서 시장이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토지 사유화가 허용되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토지의 실질적인 소유로 간주될 수 있는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공적재산권과 같이 존중하는 내용의 물권법 통과도 관심거리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성숙을 보여 주는 것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소득세법 및 노동계약법 개정과 친환경산업 육성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소득세법은 외국 기업 15%, 국내 기업 33%이던 소득세율을 단일화해 모두 25%로 통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 자체의 매력이 커져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 우대 혜택이라는 인센티브의 중요성이 감소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국내외 기업이 동등하게 세금을 내게 함으로써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개방된 중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세계은행 보고서도 중국 투자에 있어 세제 혜택보다 더 중요한 게 세제의 투명성과 비차별적인 정부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이 법안은 무분별한 투자를 억제하고 환경 보호나 수자원 보존 산업,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에 세제 혜택을 줘 이들 산업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공작보고는 중국 정부의 에너지 절약과 환경영향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은 승인하지 않을 방침임을 천명하고 있다.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 됐다. 중국의 정책 변화에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우리로선 중국의 정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경제 활로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간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의 산업 발전 정책의 방향에 부합하는 업종에 진출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시장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중국 사회 전반의 변화 흐름을 이해하고 농촌의 현대화를 비롯한 정부 정책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부문별 한.중 간 전문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중국의 정책에 대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중국 진출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출처--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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