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서 창업하려면? 현지 문화부터 이해하라 [2005-04-25]
 ‘국내 시장이 좁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소자본 창업붐으로 국내 시장은 그야말로 소규모 사업의 격전장으로 변했다. 여기에다 2002년부터 지속된 경기침체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 구조조정으로 창업전선에 나섰던 창업자들은 경쟁격화와 불황이라는 파고를 한꺼번에 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이 상황이 모든 것을 어렵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옥과 같은 고통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경쟁력이 향상됐고, 이것을 무기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거나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지역으로의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투자대비 수익률이 3%만 돼도 수익이 많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는 투자대비 수익률이 10%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어요.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지요.” 2003년 처음 중국으로 진출해서 지금까지 5개의 점포를 개설하고 있는 국내 맥주 프랜차이즈 대표의 말은 해외에 놓칠 수 없는 사업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좁은 국내 시장에서 아옹다옹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해외의 ‘숨어 있는 엘도라도’에도 눈길을 돌려봄 직하지 않은가.
한류열풍과 무관하지 않아
국내 소규모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국내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3년 무렵. 개별적으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해외 진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이들 프랜차이즈 기업은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가맹점 확대가 어렵게 됐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시장확대에 나섰다. 초기에는 우리 교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의 LA 지역, 일본, 중국 등으로 진출하는 형태를 띠었다. 현지거주 교민들 중에 국내에서 성공한 업종을 들여와 교민 상대로 사업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의 소박한 사업동기가 작용했다. 이렇게 시작된 소자본 창업 아이템의 해외 진출이 갑작스럽게 활기를 띠게 된 것은 ‘한류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한국 드라마나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지역에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업 아이템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 진출해서 단숨에 큰 성공을 거둔 아이템으로는 남성미용 전문점과 세계맥주 전문점이 대표적 사례. 두 아이템은 모두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적인 것, 또는 중국인이 동경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두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불로미점(不老美店)’이라는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한 ‘블루클럽’은 한류열풍에 취해 있는 중국 고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중국 이발소에 가면 공안(公安)처럼 머리를 깎는 데 반해 ‘불로미점’에 가면 마침내 스타일이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의 성공은 한류열풍의 또다른 한 면이다. 중국 고객은 맥주신전, 아이스바, 명예의 전당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한국발 세계맥주 전문점에 완전히 매료됐다. “환잉쾅린 와바!(와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바가 중국 진출 5호점으로 ‘와바 선전점’을 오픈한 것은 지난 1월 12일. 점포 안팎은 요란스런 중국식 개업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온통 붉은색 북 모양의 축하화환이 늘어서 있는 사이로 녹색 계열의 유니폼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머리에 패션 두건을 쓴 종업원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외식 메뉴 개발의 보물창고
출입구에 도열해 선 종업원은 몰려드는 손님에게 연방 ‘와바~’를 외쳐댔다. 강약고저가 두드러진 중국말 억양과 국내 댄싱그룹의 현란한 춤솜씨가 돋보이는 뮤직 비디오, 벽면을 둘러 채운 수천 개의 형형색색의 맥주병이 어우러져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중국인 손님의 표정에는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주바’라고 해서 호텔 등에 딸려 있거나 소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국의 바만 알고 있었던 이들은 통기타와 생맥주로 대표되는 1970년대 청년문화 논쟁 이후 국내에서 축적된 맥주문화 최신판에 아연실색했다. 와바가 설정한 중국에서의 사업목표는 중국 23개 성에서 3000개 이상의 점포를 내는 것. 국내 사업목표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장은 넓고 할 사업은 많다’는 말은 중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한류 영향권하에 들어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한국의 사업 아이템이 먹혀들고 있다. 일본 최대 외식 컨설팅회사인 OGM의 사카키 회장은 최근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가정요리가 일본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김치 등 한국 가정의 음식을 보약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외식업체에서는 한국 음식을 메뉴개발의 보고(寶庫)라고 보고 있다”고 사카키 회장은 전했다. 그의 말대로 일본에는 삼겹살 전문점, 화로구이 전문점, 닭갈비 전문점 등 국내 아이템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선 꼬치구이 전문점, 학습지 사업, PC방, 저가형 화장품 등 국내 아이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시장에는 확실히 많은 기회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기회를 찾는 많은 도전자에게 공지의 사실이 되어 있어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해외 시장이라는 격전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이다.
첫째, 사업보다는 문화가 먼저다. 국내에서 일상적으로 통하는 상식이 해외에서는 터무니없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두르면 일을 영 그르칠 수도 있다. 먼저 현지인이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빨리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 등 해외 시장은 국내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업기회가 있고, 수익구조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수익이 크면 위험도 크다.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곳곳에 숨어 있다. 겉모습만 보고 환상에 빠지면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셋째, 시장변화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사업 아이템의 우수성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것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 아이템의 우수성은 물론 시장변화와 고객의 특성 그리고 현지 실정에 맞는 현명한 사업전략을 펴야 한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today@changup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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