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넘어 엑스포 서부개발까지 '활황' 기대
중국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 1%를 전격 인상, 강력한 긴축정책이 전해진 지난 8일. 투자자들은 상하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하지만 중국의 힘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10일 개장된 상해증시는 장초반 낙폭을 키웠지만 점차 반등하며 오히려 1.38% 상승해 마감했다.그야말로 예상 밖의 결과였다.하루뒤인 11일 방문한 중국 상하이 양핑로에 위치한 궈오타이쥔안증권(國太君安證券) 본점 1층에 마련된 객장에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시세판과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투자에 열중하고 있었다.
개장직후부터 객장 의자에는 개인투자들이이 진을 치고 있었다. 마치 1999년 코스닥과 IT열풍이 불었던 국내 증시로 되돌아간 것 같은 모습이다.뜨개질을 하면서도 시세판을 끊임없이 쳐다보는 부인의 모습은 과거 증시 호황시절 우리 객장의 모습과도 다름이 없었다.외부에서 우려하는 버블 우려는 찾아 볼 수 없는 중국 현지의 투자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불과 3년전 방문시 부동산에만 관심이 몰리며 투자 부진속에 썰렁했던 객장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버블논란 'NO'
현지의 분위기는 분명 국내에서 보던 중국 시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버블 우려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강한 믿음과 정부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증시에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사실 중국 증시는 분명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적정 이상의 상승시에는 규제하고 하락시에는 풀어주는 순환이 계속되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게 중국 증시의 특징이다.
그 일례가 거래세를 3배 인상한 5.30조치다. 이 조치로 지수가 20%의 폭락세를 보였고 이후 다시 6000포인트대까지 상승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증시는 무차별적으로 무섭게 치솟던 개별주식들의 상승을 잡았다.5.30조치이후 개별주들은 사실상 반토막났다. 결국 이후의 증시 상승은 블루칩 위주의 상승장으로 펼쳐졌다는 말이다.최근 조정여파속에서 지난달 13일에는 두달동안 허용하지 않던 신규 펀드 출시가 승인됐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증시 하락세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했다.덕분에 발표 다음날 상하이종합지수는 무려 4.93%나 올랐다.지난 8일 중국 인민은행이 올 들어 열번째로 시중은행간 지준율을 종전보다 1%나 높은 14.5%로 상향 조정했다.조정폭만으로 보면 20여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중국 당국의 긴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하지만 상하지종합지수는 10일 1.38%나 상승했다.현지에서 만난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표등은 2008년 중국 경제 성장과 증시의 동반 성장을 의심치 않았다. 물론 거품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이를 극복하고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장을 통해 시가총액 24조원을 기록, 중국내 2위, 세계 7위 수준으로 성장한 하이통증권 연구소 우슈쿤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증시의 역사가 짧다 보니 거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일부 거품이 있다는 것은 정상으로 본다"고 말했다.그는 오히려 증시의 거품이 중국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거품이 없었다면 주식시장의 큰 상승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거품이 오히려 중국 자본시장 발전에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단기간의 자본시장 발전에 주식시장이 큰 역할을 했고 주식시장의 발전 과정에서 '거품'으로 인한 순기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중국 정부의 긴축정책도 주식시장의 대세상승 기조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중국 4위의 증권사인 궈오타이쥔안증권의 첸겅 사장은 "앞으로도 정부의 억제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 확대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증권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400% 이익은 800%나 급성장할정도로 중국 증시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그는 2008년에도 올해 만큼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했다. 그만큼 올해 증시의 성장은 중국인들로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말이다.
▲1년앞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라
중국증권사들은 우리와 달리 1년단위의 지수 목표를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1년의 전망 자체가 무의미 하다는 답변으로 이어진다.정부 통제하에서 공식적으로 밝힐 수도 없지만 그정도의 미시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이다.우슈쿤 하이통증권 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1.5%에 달하는 등 지난 4년간 10%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과열 우려가 나왔고 이로 인해 당국의 억제책도 강화돼 성장 분위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의 억제책은 현재와 같은 고속 발전상태를 장시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진단했다.특히 올림픽 이후의 긴축에 대한 외부의 우려 시각에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북경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2010년 상해 엑스포와 그 이후 계속될 서부 개발등을 예상하면 향후 당분간 중국 경제의 부진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특히 수출외에도 내수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중국 경제와 증시의 버팀목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친 기업적으로 변하는 중국정부
특히 두드러진 것은 중국 정부 당국의 '친(親) 기업적' 마인드다.중국정부는 내년부터 중국기업에 적용되던 법인세 비율을 기존 33%에서 25%로 하향키로 했다.이는 곧 중국기업들이 순이익측면에서 8%의 이득을 보게되는 것이다. 그만큼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 영업이익의 증가 없이도 현 PER(주가수익배율)을 적용하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 수석연구위원은 "홍콩이나 해외에서 상장됐던 회사들, 특히 국영기업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 또한 주식시장 발전에 강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현지에 진출한 한화증권 최영진 소장은 비유통주식 개혁 등 중국증시 발전에 큰 의미를 갖는 중국정부의 제도정비를 눈여겨 봐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그동안 일부 주식만 상장됐던 문제를 풀기 위한 비유통주식 유통화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진정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주식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스톡옵션제도 시행으로 경영자들이 더욱 주가 상승을 원하게 되고 중국 기업 자본의 힘에 따른 M&A도 시장의 영향을 줄 요인으로 그는 꼽았다.게다가 지난 9일 중국정부는 적격외국기관투자자(QFII)의 투자한도를 현행 1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확대하며 외인의 투자를 더욱 유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우 수석연구위원은 "위안화 가치 증대로 점점 더 많은 세계 자본이 중국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중국증시 발전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영진 소장도 "2020년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대비해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로 세계 최강의 중산층 사회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 구인구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