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졸자보다 기능공이 돈 더 받는 중국 [2005-05-12]
최근 중국의 유명일간지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근로자 전체가 아니라 대학 졸업자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제를 적용한다”는 방안이었다. 그 흥미 있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최근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대졸자는 매달 600위안(약 7만2000원), 유경험자는 매달 800위안.’ 이것은 중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려는 기업의 구인 광고 채용조건이다. 이 정도의 급여는 일부 사영(私營) 기업의 인턴 급여보다도 낮으며, 심지어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 등장한 보모(保姆·가정부)의 임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대학생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대졸자 최저임금 기준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1999년부터 고급 인력자원의 육성과 고등교육의 대중화를 기치로 소위 ‘고등교육의 대약진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때부터 대학 정원은 획기적으로 확대됐다. 1998년에 100여만명이던 대학 졸업생 정원은 2004년에는 330여만명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대졸자 채용시장에서 심각한 공급초과 현상이 빚어졌다. 또한 고등교육기관을 구조조정하면서 많은 대학들이 합병됐는데, 일부 인기 학과의 정원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취직난이 가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대졸자의 구직률은 약 70% 수준으로,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사람도 수십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대졸자의 평균 급여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도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르는 중국에서 기능공의 수급 사정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특히 중국에서 ‘고급(高級) 블루칼라’라고 부르는 고급 기능공은 심각하게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상하이·선전(深圳) 등 일부 연안지역에서 생산현장의 관리·감독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급기능공의 급여는 매달 5000~6000위안 수준으로, 석사·박사 취득자보다도 높다. 또한 일부 도시에서는 부족한 고급기술자와 기능보유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자녀들에게 도시 호구(戶口·주민등록)를 부여하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심지어 경제가 발달한 대도시에서는 거액을 들여 외국의 고급기능공, 특히 일본의 고급기능공을 유치하는 기업마저 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생산기업으로서는 고급기능공을 채용하는 것이 대졸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기능공 양성 학원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2000년대 들어오면서 중국이 세계경제 무대에서 급속하게 부상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즉 WTO 가입에 의한 대외개방 확대, 그리고 이에 따른 외자유입의 급증이 첫 번째 요인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노동시장 기능의 현저한 개선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노동시장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앞에서 언급한 중국청년보의 설문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1756명 중 35.8%는 찬성, 59%는 반대, 5.2%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대졸 취업시장에서도 국가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장규·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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